Nothin' on XXX
  • 【샘플 번역 제4회:나쁜 녀석들】 Paradox Live Hidden Track "MEMORY"
    2021. 08. 29

     

     

     

     

     

    줄거리

     

    대인기 프로젝트 소설판이 등장! Paradox Live 종료 후, 「BAE」 「The Cat's Whiskers」 「cozmez」 「나쁜 녀석들」은 되찾은 평온 속에서 저마다의 과거를 떠올린다. 14명의 래퍼가 이뤄내고 싶어했던 마음의 원점이 네 가지 기억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 앤이 알렌, 하준과 만나 BAE 를 결성하기까지의 비화를 공개!
    • 사이몬, 칸바야시, 츠바키 이 세 명의 아름답고도 덧없는 과거의 일상을 말한다 —
    • 나유타와 시키의 만남, 그리고 산타를 믿는 카나타에게 깜짝 선물을 준비!?
    • 레오가 스이세키 조직에 가입한 직후, 이오리로부터 사츠키 그리고 호쿠사이와 함께 여름 축제에 선보일 무언가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는데, 그 의도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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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제4회 「나쁜 녀석들」 의 이야기를 즐겨보세요.

     

     


     

     

     

     

     

     

    Boys And Dad.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뜬 맑은 날에 있던 일이다.

     

     

     

    Paradox Live 에 걸린 상금 100억엔. 이를 밑천으로 스이세키 조직 재건을 꿈꿨던 아캉야츠라(나쁜 녀석들) 였으나, cozmez 가 우승팀으로 확정되면서 일련의 소동은 일단락 되었다.

     

     

    그러나 「넘어져도 뭔가를 줍고 일어서라」 가 신조인 나쁜 녀석들. 파라독스 라이브에서 정상의 자리는 놓쳤으나, 훌륭하게 CLUB paradox 를 비롯한 인공 공중 섬 재개발 프로젝트라는 돈벌이를 손에 넣음으로써 스이세키 조직의 재건은 크게 한 걸음 내디뎠다.

     

     

    파라독스 라이브 개최 중은 물론이고 대회 결과가 나온 뒤에도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들이었으나, 이제 겨우 여유가 생겨……그날은 여러 가지 보고도 할 겸, 다 함께 조장의 성묘를 하러 간 것이었다.

     

     

     

     

    「……오랫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해서 미안해, 아버지. 이제 겨우 좋은 소식을 보고할 수 있게 돼서 얼굴 비추러 왔다.」

    「두목님, 이대로 계속 노력하면 우리 스이세키 조직은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크흡……부두목님도 정말 열심히 하셨어요……스이세키 조직의 재건뿐만 아니라 실은 뒤에서 cozmez 라는 전도유망한 소년들의 앞날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다구요……부두목님은 정말 그릇이 큰 분이십니다……저는 정말 훌륭한 두목을 만난 행운아입니다……!」

    「아니, 그 얘기는 고마 됐다~. 대체 누구한테 설명하고 있는기고.」

    「두목님께도 설명해 드려야 더 이해하기 쉬우실 것 같아서……」

    「도대체 뭐를 위한 배려고!」

    「어어-이! 물 떠왔어! 레오! 너도 양동이 하나 정도는 좀 들어!」

    「에엥 싫어~. 이런 일은 원숭이한테 딱 맞잖아~」

    「꽃도……이렇게 준비하면 되려나.」

     

     

     

     

    이오리와 젠이 금세 묘 앞에서 만담을 하는 사이 사츠키와 호쿠사이가 물통과 꽃을 들고 왔다. 레오도 함께였으나 당연하다는 듯이 빈손이었다.

     

     

     

     

    「오오~그래. 셋 다 수고했다. ……잠깐, 호쿠사이? 고만한 예산으로 우예 이마이 꽃을 사왔나~. 이거면 아버지도 기뻐하겄다.」

    「레오가 꽃집 누나랑 악수했더니 저렴하게 해줬어. 귀엽게 장식도 해주고, 좋은 사람이었어.」

     

     

     

     

    호쿠사이의 말에 모두가 레오를 본다. 사츠키는 유독 복잡한 표정이었다. 

     

     

     

     

    「너 임마, 보통 묘에 올릴 꽃 가격을 깎는 놈이 있냐!? 이런 일에까지 끼 부리기나 하고 말야!」

    「에엥~? 무슨 말인지 난 잘 모르겠는데. 사츠키가 예쁜 점원이랑 얘기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내가 대신 얘기했더니 갑자기 저렴하게 해준 것뿐인데?」

    「그래, 그거! 내가 말하는 게 바로 그거라고!」

    「아……꽃 비누로 만든 테디베어 들어있어. 귀엽다.」

    「성묘 꽃으로 테디베어가 말이 되냐! 센스가 어디 하나 맛간 거 아냐?  레오!」

    「그건 내 탓 아니거든요~. 서비스라구, 서비스.」

    「아아, 얘들은 성묘까지 와서 정말……」

     

     

     

     

    으르렁대기 시작한 사츠키와 레오를 마치 엄마 같은 태도로 중재에 들어가는 젠. 그리고 마이웨이로 꽃을 장식하고 있는 호쿠사이. 말 그대로 정말 평소와 다름없는 상황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오리는 웃음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거참 여전한 녀석들이구마. 자, 진정되면 다같이 절 하는기다.」

     

     

     

     

    변함없이 떠들썩한 나쁜 녀석들의 일원들. 약속대로 이 난장판을 끝낸 뒤에는 제대로 묘를 마주해야만 한다.

     

     

    하지만 막상 무덤을 보자 표정이 굳는 사람이 있었다. 사츠키와 레오였다. 무리도 아니다. 성묘라는 것은 즉, 죽음을 직시하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전에 이오리는 특히 카메라에 찍히면 발작적인 플래시백[각주:1] 을 일으키는 수준의 트라우마를 가진 레오가 묘 앞에 설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아직 힘들 것 같다 싶으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 아버지도 너거들 괴로운 표정 짓게 하고 싶지는 않을 기다.」

     

     

     

     

    이오리의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형님. 제대로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괘안타 안 하나. 여까지 왔으면 두목도 너거들 모습 제대로 보고 있을기다. 어디 탁 트인 데서 바람이라도 좀 쐬고 와라.」

    「……응. 미안, 그럼 그렇게 할게. 내 몫까지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한 레오는 절하는 것을 이오리와 멤버들에게 맡기긴 뒤 자리를 벗어났다.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이 레오의 뺨을 어루만진다.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얼굴을 비추러 갈 수 없는 것을 레오도 면목 없게 생각하고 있다. 사츠키는 레오를 따라오지 않았다. 분명 참고 노력해서 묘 앞에 절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괴로운 것을 괴롭다고 하며 포기하는 것, 응석 부리고 싶을 때 응석 부리는 것이 레오에게는 가족을 향한 애정이었다. 스이세키 조직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된 그 날부터.

     

     

     

    아직은 스이세키 조직에 일어난 참극을 똑바로 마주할 수 없다. 하지만 계속 도망치기만 한다면 너무 쓸쓸하겠지. 레오는 적어도 그런 슬픈 기억보다 아주 훨씬 전……스이세키 조직이 자신의〝가족〟이 되어주었던 일상의 기억에 기대고 있었다.

     

     

     

     

    그것은 스이세키 조직에 거둬지기 전의 기억.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소리 내 외친 순간〝그〟가 힘차게 등장했다.

     

     

    질 나쁜 남자들에게 쫓기다 도망 끝에 숨어든 뒷골목. 의지할 사람 하나 없고 기댈 가족도 이제는 없다. 그런 레오가 막다른 최후에 내몰려 무의식중에 외친 「도와줘」 라는 한마디. 닿을 리 없는 그 목소리를 듣고 불쑥 끼어든 남자가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커 보이던 등. 다정한 목소리. 그리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 질풍같이 나타나 폭풍 같은 대활약. 그리고는 레오를 구해준 바로 다음, 맑게 갠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절망의 어둠에 비친 눈 부신 빛. 소년에게는 구세주 같은 존재. 그것이 처음 마루야마 레오가 본──스이세키 이오리라는〝안식처〟의 모습이었다.

     

     

     

     

     

     

     

     

     

     

     

    이 이야기는 레오가 이오리에게 도움을 받은 지 얼마 뒤의 일.

     

     

     

    아직 6월 말, 한여름을 앞둔 것처럼 유난히 맑게 갠 어느 날. 그날은 조금 일찍 눈을 뜬 매미의 울음소리가 창밖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당시 열네 살이던 레오는 스이세키 조직에서 잡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 수고했다. 마루야마는 일을 열심히 하네. 두목님도 열심히 하는구만~ 그러던데.」

     

     

     

     

    초로(初老)의 조원이 칭찬을 건넸으나 레오의 표정에 웃음기는 없다. 서류 선반 하나를 정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고작 잡일이지만 고사리 손 만큼의 도움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레오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저, 또 없을까요?……뭐……해야 할 일 같은 거라도……」

    「보자, 지금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 뭐, 오늘은 한가한 날이니까 편하게 쉬고 있어.」

    「……네.」

     

     

     

     

    당시의 레오는 지금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하게 배려하는 소년이었다.

     

     

    스이세키 조직에 오기 전……레오에게는 아주 바쁘지만 다정한 엄마, 다소 방탕하지만 성격이 밝은 아버지가 있었다. 부모님의 사이는 처음부터 뒤틀려 있었으나 이를 결정적으로 망가뜨린 것은 레오였다. 집을 자주 비우던 엄마의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 과하게 어리광을 부리고 제멋대로 굴었다. 결국 엄마는 집에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머지않아 집을 나간 아버지는 빚만 잔뜩 남기고 떠났다. 남겨진 레오만이 빚쟁이에게 쫓기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 레오를 구하러 뛰어든 것이 이오리였다.

     

     

     

    이제 끝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어린 애 상대로 추한 짓 하지 마라」 며 힘차게 뛰어들어 온 이오리의 성스러운 모습을 레오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모든 걸 잃고 애정을 믿을 수 없게 된 레오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 가족을 대신할 안식처. 그것이 ‘이오리’ 라는 남자였다.

     

     

     

    그러나……당시의 레오에게 있어 스이세키 조직은 아직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완력도 없는 열네 살의 소년이 야쿠자라는 조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른한테 지나치게 어리광을 부리면 다들 질려한다. 그렇다고 지금껏 유복한 생활을 한 레오가 불량배 출신인 젊은 조원들과 잘 어울릴 리가 만무했다. 똑같이 야쿠자라는 직종에 몸담고 있어도, 젊은 나이에 「제 힘으로 살아가자」 라는 그들의 생활 방식에 레오는 열등감을 느끼며 자극을 받았다.

     

     

     

    그러나 달리 갈 곳이 없었다. 당시의 레오는 아직까지 자신을〝받아주고 있는〟 스이세키 조직이라는 보금자리를 지키는 데 필사적이었다. 그래서 레오는 어떻게든 일을 하려고 했다. 필사적으로 그곳에 있는 의미를 찾으려 했다. 서류정리가 끝난 뒤에는 이미 닦은 테이블을 한 번 더 닦고, 먼지 한 톨 없는 바닥을 청소하기도 하고……아무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 애처로운 모습이 열네 살 레오의 전부였다.

     

     

     

     

     

    「──어 그래, 수고했다.」

     

     

     

     

    마침내 레오가 할 일이 없어진 무렵, 이오리가 돌아왔다.

     

     

     

     

    「아……이오리 씨. 수고하셨습니다.」

    「거참, 날 부를 땐 형님이라고 하라니까. 레오 너나 나나 아버지 부하라면 우리는 의형제. 야쿠자라는 건 원래 그런 조직이다.」

    「네, 네! 형님.」

     

     

     

     

    그 당시 이오리는 조장을 흉내낸 관서 사투리를 아직 쓰지는 않았지만, 남을 싹싹하게 보살피는 성격은 그대로라 늘 칠복신처럼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런 이오리 앞에서는 레오도 다소 부드러운 표정을 지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문득 레오는 방문이 그대로 열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시선을 느낀 이오리는 열려있는 문을 향해 말을 건넸다.

     

     

     

     

    「맞다, 소개해야지……그래, 들어와라.」

    「넵!」

     

     

     

     

    뭔가 혈기왕성한 목소리 하나가 들렸다. 오늘 처음 보는, 제법 위세 좋은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오리는 소년의 어깨를 안듯이 끌어당기며 레오를 비롯한 실내의 모든 조원에게 말했다.

     

     

     

     

    「아버지한테도 말은 해뒀다. 오늘부터 우리 조직에서 돌보게 된 사츠키다.」

    「이토 사츠키임다! 이오리 형님의 사나이다움에 반해서 왔습니다! 앞으로 신세 좀 지겠습니다! 」

     

     

     

     

     

    ──우와, 열정적이기도 하지. 레오는 가장 먼저 불쾌감을 느꼈다.

     

     

     

    안 그래도 조직 내 젊은 조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데, 여기서 또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은 인간이 늘었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그와 동시에〝이오리에게 반했다〟라는 그 동기가 레오의 마음 속에 살짝 떨떠름한 마음을 피어오르게 했다. 

     

     

     

    한편 조원들의 반응은.

     

     

     

    「오오, 위세 좋은데」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드문 타입이네요」 「이오리는 애들한테 인기가 많구만」 「버려진 고양랑 강아지를 데려오듯이 부하를 늘리네, 이 자식」 「거 생긴 거랑은 딴판이게 귀여운 이름일세」 「나는 맘에 들어. 기왕 이렇게 된 거 훌륭한 남자로 만들어주마 」 ──……등 비교적 호평이 이어졌다.

     

     

     

    레오가 처음 왔을 때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기본적으로 이 조직은 조원이 신뢰하는 상대라면 누구를 데려와도 마다하지 않는 듯했다.

     

     

     

     

    「옙! 난 반드시 훌륭한 사나이가 돼 보일 겁니다! 잘 부탁 드림다!」

     

     

     

     

    마치 공수도[각주:2] 부에 들어온 것마냥 힘이 바짝 들어간 사츠키는 조원 한명 한명에게 오버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다 레오의 앞에서 잠시 멈췄다. 잠시 둘의 시선이 부딪치고 이오리가 끼어들었다.

     

     

     

     

    「그래 사츠키. 이 녀석은 레오다. 네가 들어오기 좀 전에 내가 데려왔다. 큰 차이는 없지만 일단 선배가 되겠네.」

    「어? ……하지만 형님, 얘가 나보다 어리잖아. 형님 말대로 조원이 형제지간이라면 일단 내가 형님이 되는 건가?」

     

     

     

     

    ……사실 사츠키의 그 대사는 자신보다 어린 소년이 조직에 있다는 것에 대한 걱정과, 소년 나름대로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지 싸움을 걸 의도는 없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거북한 타입」 이라 생각하고 있던 참에 이토록 거침없는 말투라니. 하물며 자신보다 늦게 들어온 신입이다. 선임인 조원이라면 몰라도, 레오가 이를 유쾌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이는 즉, 레오의 신경을 “건드리고” 만 것이다.

     

     

     

     

    「……그렇구나. 사츠키짱이라고 하는구나. 나는 마루야마 레오. 잘 부탁해.」

    「뭐?〝사츠키짱〟?」

    「아아, 미안. 이름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여자앤 줄 알았네.」

    「아앙!? 너 뭐야, 이 새꺄! 싸움거는 거면 받아주마!」

    「……그리고, 일단 내가 먼저 조직에 들어왔거든. 그 말은 내가 너보다 형님이라는 뜻이야. 그리고 형님한테 도움을 받은 것도 내가 먼저고.」

    「뭐!? 웃기지 마! 이 등신 새끼가, 죽여버린다! 네 새끼가 형님이라는 개소리 죽어도 인정 못 해!」

    「왓핫핫핫하!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재밌구만 너희들.」

     

     

     

     

    두 사람의 투닥거림을 보고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이오리. 조원들 역시 그 모습을 흐뭇한 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유일하게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꺼낸 사람은 젠이었다.

     

     

     

     

    「너희들! 그렇게 소란 피울 힘이 있으면 근력 운동을 하렴, 근력 운동을! 스쿼트를 추천하마! 근육량이 높은 하체를 몰아붙이면 웬만한 짜증은 다 사라진다!」

    「아니, 그건 너만 그래, 젠.」

     

     

     

     

    참고로 이때는 젠도 이오리를〝부두목님[각주:3]〟이 아닌 〝형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잠시만요, 형님……! 저 애들 만나자마자 싸우고 있는데 괜찮은 겁니까? 한창 민감할 시기인 애들이니 좀 더 중재하는 게……」

    「떠들썩하고 좋은데 뭐. 게다가 레오가 저러는 것도 드문 일이고.」

    「화, 확실히 평소 레오 군의 모습과 비교하면 어깨에 힘이 빠져있는 듯한 게……」

    「맞지? 그보다 젠, 아버지가 얘기한 여름 축제 도우미 업무 말인데. 그거 누구한테 맡길지 이미 정했나?」

    「엇, 갑자기요? 다들 이 시기에는 여러모로 바쁜 것 같아서 아직……애초에 저희는 축제에서 철판구이점 준비도 해야 하고, CANDY 운영도 본격으로 바빠지는 시기이니까요. 아무리 마을회장 부탁이라지만 〝축제 분위기를 띄울 수 있을 만한 뭔가를 부탁한다〟는 두루뭉술한 임무는 적임자가……」

    「읏차, 그럼 마침 잘됐다.」

     

     

     

     

    탁 손뼉을 치며 이오리가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길고양이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듯,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고 있는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가 만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좋~아. 자, 너희들. 지금부터 둘이서 콤비를 짜라.」

    「”엇.”」

     

     

     

     

    레오도 사츠키도 거의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이오리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번 여름 축제는 우리 조직도 도와주기로 해서 말이지. 이제부터 너희 둘이 여름 축제에 뭘 할지 생각하는 책임자가 됐으니 잘 부탁하마.」

    「”이런 놈이랑!?”」

     

     

     

     

    깔끔하게 하모니를 이루는 사츠키와 레오를 보고, 조직원들의 얼굴에 「아, 사이 좋아 보이네, 이 녀석들」 이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물론 혼자서만 진지하게 걱정하는 젠을 제외하고다. 사츠키와 레오는 누가 봐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으나……이오리가 각자의 어깨를 두드리자 흠칫하며 자세를 바로했다.

     

     

     

     

    「이번 축제를 돕기로 한 상점가는, 지금은 쇠퇴했지만 예전부터 이 지역을 지탱해온 전통 있는 가게들뿐이다. 우리 조직도 많은 신세를 지고 있고. 그런 의리를 인정으로 갚는 게 옛날부터 전해져 온 스이세키 조직의 방식이다. 최근 들어서 시들어졌다는 여름 축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듯한 재밌는 뭔가를 생각해주길 바란다……이건 젊은 너희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야. 믿고 맡기 마. 알겠지?」

    「네, 넵!」

     

     

     

     

    동경하는 형님의 조직에 들어오자마자 맡게 된 첫 임무. 「맡긴다」 는 말을 들으니 남자라면 분발하지 않을 수 없다. 사츠키의 의욕은 충만했다.

     

     

     

    한편, 레오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건 일이다. 형님이 직접 맡긴 일이다. 실패할 수 없어. 평소 자신은 조직에서 짐덩이 같은 존재인데, 만약 여기서 「써먹을 데 없는 놈이다」 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사츠키와는 달리, 불안감에서 몰아친 긴장이 레오를 덮쳤다.

     

     

     

    그리고 그런 레오의 표정을 이오리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야쿠자의 돈벌이도 종류가 다양해서 사무 작업이 필요할 때도 많다. 특히 스이세키 조직은 파칭코나 캬바레 등의 점포 운영이 큰 수익원이다. 의사소통 능력과 운영 능력이 뛰어난 이오리는 젊은 나이임에도 이미 그런 사업 몇 개를 맡아 사무실 내에 전용 책상을 받은 상태였다.

     

     

     

    그날 젠은 가슴을 펴고 빠릿빠릿한 걸음으로 망설임 없이 이오리의 자리에 찾아왔다.

     

     

     

     

    「형님, 정말 그래도 괜찮았던 겁니까?」

    「엉? 뭐가.」

    「그 애들을 한 조로 짠지 며칠이 지났는데, 예상대로 계속 싸우고만 있다구요.」

    「아, 난 또 뭐라고. 뭐야, 그렇게 걱정되냐? 젠.」

    「걱정되고 말고요! 원래 사츠키 군은 쉽게 싸움을 하는 면이 있는 데다, 레오 군은 여러모로 품고 있는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땐 더 심했고요. 더디긴 해도 이제 막 겨우 말문을 열게 됐는데……」

    「괜찮다니까 그러네. 덩치에 비해 걱정이 너무 많아, 넌……그런 시기일수록 나이가 비슷하고 서로 으르렁댈 수 있는 녀석이 있는 게 더 나은 법이야. 」

     

     

     

     

    그렇게 말하며 이오리는 책상에 늘어진 서류 사이에 툭, 자리 잡은 작은 액자를 향해 시선을 떨어뜨렸다. 이를 눈치챈 젠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사진에는 아직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젊은 이오리가 불량하고 앳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명, 이오리와 나잇대가 비슷해 보이는 소년……칸바야시 요헤이가 비뚤어진 표정으로 나란히 서 있었으나, 젠은 그걸 볼 때면 아주 살짝 정색하고는 했다. 그런 젠의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오리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즘 들어 계속 여름 날씨가 이어졌다만……아마 오늘은 한바탕 비가 쏟아지겠어.」

    「네? 일기예보는 맑다고 하던데요.」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단 말이지. ……너는 어때, 젠. 비가 올 것 같은 날이면 통증이 느껴지지 않나?」

    「아아, 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은 듯이 젠은 옆구리를 쓰다듬었다.

     

     

     

     

    「괜찮고 말고요! 최근에는 특히 이쪽 외복사근을 중점적으로 신경 썼거든요! 요새는 사이드 벤트[각주:4] 에 추가로 러시안 트위스트[각주:5]를 하는 루틴에 빠져서, 빌드업과 동시에 대사량이 같이 올라간 덕인지 흉터도 이미 희미해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괜찮아지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만약 흉터가 남는다고 해도 이 상처는……저한테는 훈장이라구요!」

    「뭐, 네 생각이 그런 건 이미 알고 있다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진짜〝가족이 되기 위해서〟 라면 결정적인 계기도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있지 않나?」

    「……그건……」

     

     

     

     

    그렇게 말하자 젠도 말을 잇지 못했다.

     

     

     

    과거 젠은 처음부터 조직의 동료는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올곧게 자란 젠은 근본적으로 야쿠자를 이유 없이 싫어하며 경찰관이라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스이세키 조직과 얽히게 된 것도, 원래는 어떤 사정으로 스이세키 조직의 내부 사정을 조사하는 잠입 수사 때문이었다. 

     

     

     

    그러나 젠은 끔찍할 정도로 거짓말이 서툴다. 경찰관으로는 우수한 점이 반대로 잡입 수사관으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됐다. 하지만 조원들은 젠의 올곧은 인품을 사랑하여 동료로 맞아주었다. 젠 역시 내부에서 스이세키 조직 구성원들의 됨됨이, 그리고 조장이 내세운 스이세키 조직만의 정의를 접하며 점점 이끌리게 되었고……어느 항쟁에서 젠은 이오리를 구하기 위해 제 한 몸 던져, 날아온 총탄을 그 몸에 맞았다.

     

     

     

     

    「그땐 정말이지 놀랐다. 형사인 네가 목숨 걸고 나를 지키다니.」

    「저는 이미 정체가 탄로 났다는 사실에 놀랐지만요……」

    「그걸 안 들켰다고 생각한 게 더 놀랍다. ……아무튼, 중딩 때부터 야쿠자였던 나와 전 경찰관인 네가 지금은 이렇게 좋은 파트너가 됐다. 레오와 사츠키도 의외로……」

    「우, 우우우우우~~!」

    「아아, 또 그렇게 금세 운다니까……눈물이 많은 건 여전히 나아지지를 않는구만.」

    「형님이, 형님이 저를 파트너라고……칸바야시 씨가 있는데도 저를……!」

    「네가 무슨 전 여친 의식하는 소녀냐……」

    「크흑, 그래도요……역시 걱정이 됩니다. 그 둘이 제대로 친해진다면 다행이지만요.」

    「아니, 나는 잘 맞는다고 본다. 성격이 날카로운 사츠키한테는 지켜야 할 것이. 울적해하는 레오에게는 의지할 데가 생긴 거지. 분명 그 둘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을 거다.」

    「하지만……레오 군이 안고 있는 마음의 상처는 특히 깊습니다. 게다가 전에 레오 군을 습격한 놈들도 분명 또다시……」

    「아ー……뭐, 그건 나도 전부터 걱정하고 있긴 했다. 그래서 말인데, 젠……그렇게 레오가 신경 쓰인다면 너한테 한 가지 일을 부탁하고 싶은데……」

    「엇, 저한테요? ……네. 형님 말씀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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